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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는 재활용이 아니다, 낭비를 줄이고 가치를 오래 쓰는 산업 전략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발간자료 참고(2025.04) 순환경제는 더 이상 “재활용 캠페인”이 아니라, 제품 설계·공급망·금융 평가까지 바꾸는 산업 전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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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UP공식채널
·2026.05.08 (금)
순환경제는 재활용이 아니다, 낭비를 줄이고 가치를 오래 쓰는 산업 전략이다
최종 수정 2026.05.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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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후 세계 경제는 오랫동안 하나의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자원을 캐고, 제품을 만들고, 사용한 뒤 버리는 구조다.

이른바 선형경제다.

선형경제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가능하게 했고,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됐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이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더 많이 만들수록 더 많이 버려야 하고, 자원 가격 변동과 공급망 불안, 기후변화와 생태계 훼손이 동시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6년 4월 보고서 「낭비는 줄이고, 가치는 키우는 순환경제」는 이 변화를 하나의 산업 전환 흐름으로 설명한다. 보고서의 핵심은 분명하다. 순환경제는 단순히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활동이 아니라, 제품의 설계부터 생산, 사용, 회수, 재사용까지 전 과정을 다시 짜는 경제 모델이라는 점이다.

순환경제는 “버린 뒤 처리”가 아니라 “처음부터 덜 버리게 설계”하는 방식

순환경제는 자원 투입과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제품과 부품, 소재의 가치를 가능한 오래 유지하는 경제 체계다.

흔히 순환경제를 재활용과 비슷하게 생각하지만, 보고서는 더 넓은 관점에서 접근한다. 중요한 것은 사용이 끝난 물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만이 아니다. 애초에 제품을 어떻게 설계하고, 얼마나 오래 쓰게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회수하며, 회수한 자원을 다시 어떤 생산 과정에 투입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보고서는 순환경제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네 가지를 제시한다.

- 소재 순환성 제고
- 제품 수명 연장
- 공유 모델 확산
- 서비스형 제품 모델 도입

이 네 가지는 순환경제가 단순 환경 정책이 아니라 기업의 사업 모델과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애플은 중고 기기에서 소재를 회수하고, 페어폰은 오래 쓰는 스마트폰을 만든다

소재 순환성 제고의 대표 사례로는 애플이 언급된다. 애플은 중고 기기를 회수한 뒤 코발트, 리튬, 희토류 같은 핵심 소재를 추출해 신제품 제조에 활용하고 있다. 아이폰 분해 로봇 ‘데이지(Daisy)’와 희토류 자석 분리 시스템 ‘태즈(Taz)’를 활용해 부품과 소재 회수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된다.

제품 수명 연장의 사례로는 네덜란드의 스마트폰 제조사 페어폰이 나온다. 페어폰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배터리, 카메라, USB 포트,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을 사용자가 직접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마트폰을 더 자주 교체하게 만드는 대신, 오래 쓰고 수리할 수 있는 구조를 제품의 경쟁력으로 삼은 것이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앞으로의 제품 경쟁력은 “얼마나 빨리 팔리는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오래 쓰이고, 얼마나 쉽게 수리되며, 사용 후 얼마나 다시 자원화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순환경제는 소유보다 사용을 중시한다

보고서는 공유 모델과 서비스형 제품 모델도 순환경제의 중요한 방식으로 제시한다.

공유 모델은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자산의 이용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네덜란드의 생활용품 공유 플랫폼 피어바이는 이웃 간 공구나 캠핑용품 같은 물건을 빌려 쓸 수 있도록 연결한다. 사용 빈도는 낮지만 구매 비용이 높은 물건일수록 공유 모델의 가능성이 커진다.

서비스형 제품 모델은 제품 자체를 판매하기보다 제품이 제공하는 기능과 효용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미쉐린의 타이어 서비스를 사례로 든다. 미쉐린은 일부 상용차 고객을 대상으로 타이어를 일회성으로 판매하는 대신, 운행거리나 월정액 기반으로 타이어 사용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급자는 제품의 유지관리와 회수, 재사용까지 관리할 유인이 생기고, 고객은 초기 구매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 모델은 순환경제의 중요한 전환을 보여준다.

기업이 제품을 팔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사용 기간 전체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EU는 순환경제를 제품 설계와 규제로 밀고 있다

순환경제 전환에서 가장 앞서 있는 지역 중 하나는 EU다.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2020년 순환경제 행동계획을 발표한 뒤 배터리 규정, 에코디자인 규정, 수리권 지침,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 등을 도입하며 제품 전 생애주기에 걸친 순환성을 제도화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제품 설계 단계다.

EU의 에코디자인 규정은 제품의 내구성, 수리 가능성, 재활용 가능성, 탄소발자국 등을 제품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도록 요구한다. 배터리 규정은 원재료 조달부터 수거와 재활용까지 배터리 전 생애주기의 정보를 관리하도록 한다. 포장 규제는 과대 포장 방지, 재사용 목표, 재활용 가능성, 재생 원료 사용 의무 등을 포함한다.

이 흐름은 기업에 중요한 신호를 준다.

앞으로 순환경제는 선택적 ESG 활동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제품 조건이 될 수 있다.

한국도 제도 기반을 만들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한국도 순환경제 전환을 위한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2024년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시행되면서 기존 자원순환 정책은 생산, 유통, 소비, 재활용 전 과정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정부는 순환 자원 인정 제도, 규제 특례, 한국형 에코디자인, 미래 폐자원 관리 등을 통해 관련 정책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한국이 아직 초기 도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 EU처럼 제품별 규제와 재정 지원이 촘촘하게 결합된 체계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이 순환경제로 전환하려면 기술 실증, 공정 개선, 설비 투자, 회수 인프라 구축 등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는 비용과 불확실성이 따른다. 따라서 규제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업이 실제로 전환을 시도할 수 있도록 금융과 지원 제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순환경제 확산의 핵심 변수는 금융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보고서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금융의 역할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순환경제는 단순히 환경 부서의 과제가 아니다. 제품 설계, 원료 조달, 생산 공정, 회수 체계, 재활용 인프라까지 바꾸는 산업 전환이다. 당연히 초기 투자와 장기 자본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금융기관의 역할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 순환경제 기업과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

- 순환경제 전환 기업의 리스크와 장기 가치를 평가하는 역할

- 기업의 전환 전략과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자문 역할

기존 금융 평가는 담보, 단기 수익성, 유형자산 중심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순환경제 기업은 장기 공급 계약, 회수 시스템, 서비스형 수익 구조, 소재 순환성 같은 요소가 중요하다. 이런 요소가 평가에 반영되지 않으면 순환경제 기업은 실제보다 더 위험한 기업으로 평가될 수 있다.

보고서는 네덜란드 주요 은행들이 개발한 순환위험점수표(Circular Risk Scorecard)를 사례로 제시한다. 이 점수표는 경영진 역량, 자원 확보 안정성, 자산 순환성, 순환 사업 적합성, 계약의 견고성, 시장 경쟁력 등을 평가한다. 순환경제에 맞는 새로운 금융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순환경제는 환경 담론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문제다.

순환경제가 중요한 이유는 환경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자원 가격이 불안정해지고,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반복되며, 제품의 환경 기준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순환경제는 기업의 비용 절감과 공급망 안정성, 신규 수익 모델과 연결된다.

재생 원료를 확보하는 기업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덜 흔들릴 수 있다. 수리와 리퍼브, 회수 체계를 갖춘 기업은 제품 판매 이후에도 새로운 수익을 만들 수 있다. 서비스형 모델을 도입한 기업은 고객과 장기 관계를 만들고, 제품의 유지관리와 자원 회수까지 통제할 수 있다.

결국 순환경제는 “착한 소비”를 넘어선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료, 설계, 생산, 판매, 회수, 금융 평가까지 바꾸는 경쟁 전략이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순환경제를 측정하고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다

보고서는 정책, 제도, 금융의 결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하나를 더하면 정보 인프라가 필요하다.

순환경제가 시장에서 작동하려면 재생 원료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어떤 소재가 사용됐는지, 제품이 얼마나 수리 가능한지, 회수 후 어떤 방식으로 재활용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EU가 배터리 여권과 디지털 제품 여권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순환경제는 구호가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순환경제가 실제 산업으로 확산되려면 단순히 폐기물을 줄이자는 캠페인을 넘어, 자원과 제품의 이력을 기록하고, 소재의 품질을 표준화하며, 기업과 금융기관이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참고: KB경영연구소, 「낭비는 줄이고, 가치는 키우는 순환경제」, 202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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