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경기 지역에서 자원순환시설 화재가 잇따랐습니다.
4월 30일 밤 남양주 와부읍의 한 자원순환시설에서 불이 나 약 6시간 30분 만에 큰 불길이 잡혔고, 근로자 19명과 인근 축사의 젖소 30마리가 대피했습니다. 이 화재로 인근 농장주 1명이 화상을 입었습니다. 소방은 보조배터리 발화 등 화학적 요인 가능성을 두고 원인을 조사 중입니다.
5월 2일에는 경기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자원순환시설 야적장에서 불이 났습니다. 불은 약 3시간 50분 만에 꺼졌고,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다만 연기가 심해지면서 시흥시는 주변 차량 우회와 인근 주민 창문 닫기 등을 안내하는 재난문자를 발송했습니다. 소방은 쌓여 있던 파지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5월 3일 새벽에는 경기 용인시 남사읍의 3층짜리 자원순환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불은 신고 접수 후 28시간이 지나서야 완전히 꺼졌습니다. 관계자 7명이 대피했고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소방당국은 건물 안에 수백 톤가량의 폐기물이 있어 진화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원순환시설’이라는 이름과 현장의 거리
자원순환시설이라는 말은 깨끗하고 현대적인 이미지를 줍니다.
폐기물을 다시 자원으로 바꾸고, 버려지는 것을 줄이고, 순환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시설처럼 들립니다.
물론 그 역할은 실제로 중요합니다.
종이, 플라스틱, 금속, 폐배터리, 생활폐기물, 산업폐기물 등은 누군가가 수거하고 분류하고 보관하고 처리해야 합니다. 문제는 현장입니다.
많은 자원순환시설은 여전히 과거의 고물상, 폐기물 야적장, 임시 보관장 같은 방식에 가까운 구조로 운영됩니다. 다양한 폐기물이 한곳에 쌓이고, 종이·플라스틱·의류·합성수지·배터리처럼 불이 붙기 쉬운 물질이 섞이기도 합니다. 한 번 불이 나면 폐기물 더미 안쪽까지 물이 닿기 어렵고, 불씨가 남아 진화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경기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기 지역 자원순환시설에서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196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누적 재산피해는 148억7천만 원 규모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보도는 자원순환시설 내부와 주변 야적장에 가연성 폐기물이 대량으로 쌓이는 반면, 격리 보관이나 적치량 제한 같은 화재 최소화 기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새 시설은 들어오기 어렵고, 오래된 시설은 계속 버틴다
자원순환시설은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환영받기 어렵습니다.
주민 입장에서는 당연한 불안이 있습니다.
냄새, 먼지, 소음, 차량 통행, 화재 위험, 주변 이미지 하락을 걱정합니다. 그래서 신규 시설은 입지 선정부터 주민 반대와 각종 규제에 부딪히기 쉽습니다.
새롭고 안전한 시설이 들어오기 어려우니, 기존의 낡은 시설이 계속 운영됩니다.
시설을 현대화하려 해도 비용이 많이 들고, 인허가와 민원 부담이 큽니다.
그러는 사이 자원순환이라는 이름 아래, 실제 현장은 여전히 “쌓아두고, 분류하고, 치우는” 방식에 머무는 경우가 생깁니다.
우리 사회가 폐기물 처리와 자원순환을 필요한 일로 인정하면서도, 그 일을 수행할 공간과 설비에는 충분히 투자하지 않은 결과에 가깝습니다.
자원순환은 ‘멋진 말’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는 산업’이다
순환경제는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좋은 말만으로 폐기물이 자원이 되지는 않습니다.
폐기물이 자원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먼저, 어떤 물질이 들어오는지 알아야 합니다.
종이인지, 플라스틱인지, 배터리인지, 음식물성 부산물인지, 산업폐기물인지 구분되어야 합니다.
둘째, 얼마나 쌓아둘 수 있는지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무조건 많이 쌓아두는 방식은 비용을 줄일 수는 있어도, 화재가 났을 때 위험을 키울 수 있습니다.
셋째, 불이 났을 때 초기에 잡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야적장, 보관동, 분류장마다 위험도가 다르다면 그에 맞는 감시 장비, 소화 설비, 동선, 적치 기준이 필요합니다.
넷째, 시설을 낙후된 업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시와 산업이 함께 유지되기 위한 기반시설로 봐야 합니다.
자원순환시설은 깨끗한 슬로건으로 포장할 대상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는 불이 붙기 쉬운 물질을 다루고, 많은 양의 폐기물을 보관하며, 지역 주민의 안전과도 연결되는 시설입니다.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구조 개선이다
이번 화재들을 두고 특정 업체나 특정 지역만을 탓하는 방식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물론 개별 시설의 안전관리 책임은 분명히 따져야 합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화재는 더 넓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자원순환을 말하면서, 정작 자원순환시설을 어떤 수준의 산업시설로 만들 것인지 논의해왔는가.
폐기물은 계속 발생합니다.
재활용과 재사용, 원료화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원순환시설은 더 이상 도시 외곽의 낡은 야적장처럼 방치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원순환시설은 순환경제의 뒷마당이 아니라, 순환경제가 실제로 작동하는 첫 번째 현장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단속 강화만이 아닙니다.
낡은 시설의 안전 기준을 높이고, 신규 시설이 더 안전하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주민에게는 감시와 정보 공개를 보장하고, 사업자에게는 시설 개선을 유도할 현실적인 지원과 기준이 필요합니다.
자원순환이라는 말이 진짜가 되려면,
폐기물이 지나가는 현장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